9모 서성한, 그리고 수능 광명상가. 내가 무너진 이유와, 그 여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먼저 숫자부터 솔직하게 깔고 시작할게요. 저는 평균 백분위가 6월 모평에서 87~88, 9월 모평에서 92~93까지 올랐습니다. 순항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수능은 79~81에 그쳤습니다. 9월에서 수능 사이에, 저는 올린 걸 도로 다 까먹은 셈이에요.
이 글은 자랑이 아니라 반면교사입니다. 정시를 준비하는 분들이 이번 여름에 저와 같은 실수를 안 했으면 해서, 제가 어디서 무너졌는지부터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그 여름에 가졌어야 할 마인드셋'에 집중할게요.
나는 어디서 무너졌나
돌아보면 원인은 거창한 데 있지 않았습니다. 체력과 루틴, 딱 두 개가 무너졌어요.
8월에 들어서면서 체력이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 버티던 게 한순간에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9월, 저는 원래 다니던 관리형 독서실을 그만뒀습니다. 이유가 어이없어요. "책상이 좀 이상하고, 너무 익숙해졌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일반 스터디카페로 옮겼어요.
이게 결정타였습니다. 환경을 바꾸니 그동안 몸에 붙어 있던 루틴이 통째로 깨졌습니다. 체력은 이미 떨어져서 자주 졸았는데, 관리형과 달리 일반 스터디카페엔 저를 잡아줄 사람이 없었어요. 지금 와서 보면, 아무리 체력이 없었다지만 그건 고3 수험생활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핵심은 이거예요. 잘 굴러가던 걸 수능 직전에 굳이 바꿨다는 것. 그게 제 가장 큰 실수였고, 오늘 하려는 이야기 전부가 사실 여기서 나옵니다.
그 여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다섯 가지
1. "이번 여름에 확 달라지겠다"는 포부를 갖지 마세요
수능이 얼마 안 남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냥 정해진 일정일 뿐이에요. 남은 날짜가 적다고 해서, 갑자기 나 자신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포부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루틴이 있고, 그 루틴대로 했더니 성적이 받쳐줬다면 — 그 루틴을 수능 전날까지 그대로 지키는 것만 해도 잘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무너진 게 정확히 이 반대였어요. 잘 되던 걸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바꿨다가 다 잃었거든요. 여름은 새 사람이 되는 시기가 아니라, 되던 걸 끝까지 지켜내는 시기입니다.
2. 6월·9월 모평 성적에 연연하지 마세요
6월을 못 봤다고 수능까지 불안해하지 마세요. 반대로, 9월을 잘 봤다고 수능을 방심하지도 마세요.
저는 후자였습니다. 9월이 잘 나오니까 마음이 풀렸어요. 모평은 그 시점의 한 장면일 뿐인데, 저는 그걸 결과로 착각했습니다. 6모든 9모든, 그날의 점수는 수능을 보장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3. 사설 모의고사는 '점수'가 아니라 '추이'를 보세요
이건 꼭 말하고 싶어요. 사설 모의고사는 평가원 모의고사의 퀄리티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체감상 절반에도 한참 못 미쳐요. 그러니 사설 점수 그 자체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추이를 보세요. 평가원을 최대한 흉내 내려 한 사설들에서, 내 점수가 오르는 흐름인지 내려가는 흐름인지. 추이가 오르면 방심하란 게 아니라 지금 방향이 맞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추이가 안 좋으면 공부법에 뭔가 손볼 게 있다는 뜻으로 읽으면 됩니다. 점수 한 번에 흔들리지 말고, 흐름으로 판단하세요.
4. 수시와 병행한다면, 생기부 마감과 동시에 수시 생각을 접으세요
수시와 정시를 같이 가는 학생이 있을 거예요. 이 시기에 생기부를 마감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수시에 대한 생각을 접어야 합니다. 면접 준비를 지금부터 하는 것도 너무 이릅니다. 생기부가 끝났으면 생기부 생각을 내려놓고, 원서에 대해서만 가끔 떠올리는 정도로 두세요. 머리의 대부분은 정시 공부에 둬야 합니다.
5. 원서를 넣었으면, 경쟁률도 합불 가능성도 보지 마세요
이게 제가 가장 뼈아프게 배운 겁니다.
저는 수시 원서를 넣어두고, 마침 9월 모평도 잘 나오니까 완전히 방심해버렸어요. 그리고 상향으로 쓴 수시를, 든든한 보험인 것처럼 단단히 착각했습니다. 붙을지 말지도 모르는 상향 카드를 안전망으로 믿고 정시 공부의 긴장을 놓아버린 거죠.
원서 접수가 끝나면, 경쟁률이 어떤지·내가 붙을지 말지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마세요. 어차피 바꿀 수 없는 일이고, 그 생각이 정시 집중력만 갉아먹습니다. 상향 수시는 보험이 아닙니다. 그걸 보험으로 믿는 순간, 저처럼 가장 중요한 정시를 놓치게 됩니다.
정리하면
제 실패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잘 되던 루틴을 끝까지 못 지켰고, 흔들리지 않아도 될 것들(모평 점수, 상향 수시)에 흔들렸다.
- 확 달라지겠다는 포부 대신, 되던 루틴을 끝까지 지키기
- 6·9모 점수에 불안해하지도 방심하지도 않기
- 사설은 점수가 아니라 추이로 읽기
- 생기부 마감하면 수시 생각 접고 정시에 집중하기
- 원서 넣었으면 경쟁률·합불 생각 끊기
물론 이건 제 한 사람의 경험이고, 사람마다 무너지는 지점도 버티는 방식도 다를 거예요. 그대로 정답일 순 없습니다. 다만 "9월까지 잘 가다가 마지막에 무너진 사람이 실제로 뭘 후회하는지"는, 겪어본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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