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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 끝난 지금이, 고3 생기부 마지막 골든타임인 이유

작성: 경희대 지리학과(대표멘토)  |  수만휘 동시 게재 인기 칼럼

기말고사 끝나고 나면, 고3 교실 분위기가 한쪽으로 확 쏠립니다. "이제 수능이다."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이 시기에, 같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놓치고 지나간 게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3학년 1학기 생기부요.

저는 일반고에서 내신 2점대 후반으로 학종을 준비했고, 솔직히 1·2학년 내신만 보면 화려한 케이스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제 입시에서 가장 결정적인 작업을 한 시기가 바로 기말 직후부터 원서 전까지의 그 여름이었어요. 오늘은 그때 제가 뭘 했고, 주변 친구들이 뭘 놓쳤는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왜 하필 '지금'이 골든타임인가

생기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평가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달라집니다. 입학사정관 입장에서 3학년 기록은 "이 학생이 가장 최근에, 가장 성숙한 상태로 무엇을 했는가"를 보여주는 페이지예요. 1·2학년이 '쌓아온 과정'이라면, 3학년은 '도착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많은 고3이 3학년 1학기를 그냥 '세 학기 중 한 학기' 정도로 흘려보냅니다. 이게 첫 번째 함정이에요. 3-1 생기부 작업은, 체감상 1년 치에 가까운 무게를 가집니다. 마지막으로 평가창 안에 담기는 학년이자, 그동안의 탐구가 어디까지 깊어졌는지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지금부터 원서 전까지입니다. 기말이 끝나서 내신 부담이 잠시 풀린 이 구간이, 생기부에 손을 댈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창입니다.


고3들이 이 시기에 가장 많이 하는 헛수고

제가 본 학종 준비생들이 이 시기에 흔히 놓치는 걸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나라도 해당되면, 지금 점검해볼 만합니다.

첫째, "고3이니까 수능이 먼저"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해버리는 것.
수능이 중요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학종으로도 길을 여는 학생이라면, 3-1 생기부를 수능 공부에 밀려 방치하는 순간 가장 최근의 평가 페이지를 비워두는 셈이 됩니다.

둘째, 3학년 1학기를 '그냥 한 학기'로 치부하는 것.
앞서 말한 그대로입니다. 비중으로 따지면 절대 한 학기가 아닙니다.

셋째, 선생님께 생기부 수정을 선뜻 부탁하지 못하는 것.
많은 학생이 "이미 쓰신 걸 고쳐달라고 하면 실례 아닐까" 망설이다 마감을 넘깁니다. 그런데 선생님들도 학생이 자기 활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 더 정확하게 써주실 수 있습니다. 정중하게, 구체적인 근거를 들고 가는 건 실례가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넷째, 3학년 생기부를 1·2학년과 똑같은 수준으로 쓰는 것.
3학년 기록이 1학년과 깊이가 같으면, 입학사정관 눈에는 '성장이 멈춘 학생'으로 보입니다. 3학년은 그동안의 탐구가 한 단계 더 깊어졌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자리예요.

다섯째, 목표 대학이 어떤 생기부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
이게 의외로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같은 활동도 대학·전형마다 읽히는 방식이 다릅니다. 내 생기부가 어느 대학에 더 잘 맞는지를 모르고 막연히 채우면, 노력 대비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 여름에, 저는 뭘 했나

제가 한 걸 솔직하게 풀어볼게요. 화려한 비법은 아니고, 방향이 분명했을 뿐입니다.

1. 먼저 '내 생기부가 어디에 잘 먹히는지'부터 봤습니다.
저는 목표를 세 군데로 좁혀두고(가중치를 다르게 뒀습니다), 각 대학의 모집요강·학종 가이드북·입결을 모아놓고 제 생기부를 그 기준에 비춰봤어요. "내 기록이 이 대학이 말하는 인재상과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 어긋나는가"를 먼저 파악한 거죠. 헛수고 다섯 번째를 피하는 출발점이었습니다.

2. 1·2학년 탐구 자산을 '회수'했습니다.
새 주제를 처음부터 만들기보다, 1·2학년 때 했던 탐구 중에 더 깊어질 수 있는 걸 찾아 3학년 주제로 이었습니다. "2학년 때 이걸 했고, 그게 풀리지 않아서 3학년에 이렇게 더 파고들었다" — 이렇게 연결 고리가 보이면, 그게 깊이의 주장이 아니라 증거가 됩니다.

3. 주제가 정해지면, 근거를 직접 검증했습니다.
관련 논문·자료를 직접 찾아 읽고, 용어와 개념을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생기부에는 단 한 줄도 거짓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요. 이 검증 과정이 나중에 면접에서 그대로 제 무기가 됐습니다.

4. 선생님과 충분히 소통했습니다.
제 활동과 의도를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고, 기록이 정확하게 담길 수 있도록 정중하게 여쭤봤습니다. 헛수고 세 번째를 넘는 부분이었어요.


한 가지 더 — 저는 이때 AI를 적극적으로 썼습니다

조금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이 시기에 AI를 꽤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다만 오해하실까 봐 먼저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게 있어요.

저는 AI에게 "생기부 써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쓴 생기부는 면접에서 5분 안에 들통납니다. 입학사정관이 한 번만 깊게 물으면, 자기가 직접 한 탐구가 아닌 건 바로 드러나거든요.

제가 AI를 쓴 방식은 달랐습니다. 제 1·2학년 생기부, 3학년 교과서, 목표 대학 자료를 한곳에 모아두고, AI에게 "내 탐구에서 약한 고리가 어디냐", "이 주제를 더 깊게 가려면 어떤 질문을 더 던져야 하냐"를 물었어요. 답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니라, 그 답을 출발점 삼아 제가 직접 논문을 찾고, 검증하고, 채웠습니다. AI는 제 사고를 대신해준 게 아니라, 제가 놓친 곳을 비춰주는 손전등에 가까웠습니다.

이 구분이 정말 중요합니다. AI가 만들어준 결과물은 진정성이 없어서 면접에서 무너지지만, AI로 내 사고를 넓힌 흔적은 오히려 탐구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요즘 "AI로 생기부 채운다"는 말이 많이 들리는데, 핵심은 AI를 썼느냐 안 썼느냐가 아니라 AI에게 사고를 맡겼느냐, 도구로 썼느냐입니다.


정리하면

기말이 끝난 지금, 고3에게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짧지만 비어 있지 않습니다. 수능 공부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이 짧은 구간이, 3학년 생기부를 마지막으로 다듬을 수 있는 창입니다.

  • 3-1을 '한 학기'가 아니라 마지막 결정적 페이지로 대하기
  • 1·2학년 탐구를 회수해 3학년에서 더 깊이 잇기
  • 내 생기부가 어느 대학에 잘 맞는지 먼저 파악하기
  • 선생님과 정중하지만 구체적으로 소통하기
  • (도구로서의) AI는 적극 활용하되, 사고는 끝까지 내가 하기

물론 이건 제 경험과, 제가 봐온 케이스들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학생마다 상황도 학교 환경도 다르니, 그대로 공식처럼 적용되진 않을 거예요. 각자 자기 생기부와 목표 대학의 최신 모집요강을 직접 비춰보면서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 이 시기를 '수능 전 애매한 몇 주'로 흘려보내느냐, '생기부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쓰느냐는, 9월 원서철에 꽤 큰 차이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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